챔피언 - 영화감상문

챔피언




인간이 스포츠 활동을 추구하게 되는 동기는 일반적으로 스포츠 활동을 참여함으로써 우월성의 성취, 상쾌함, 즐거움 그리고 도전의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권투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운동이 많이 되는 스포츠로써 예전과는 좀 달라졌지만 권투를 하면서 끈기, 승부욕, 성취감등을 얻고 느끼는 것은 여전하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는 한국 프로 복싱의 황금기였다. 김철호, 김득구,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의 챔피언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가 바로 이 때이다.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청년들이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복싱 챔피언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워낙 체중감량 덕분에 먹을 수도 없었지만, 가난한 선수들에게는 제대로 영양 보충할만한 여유도 없었다. 그건 그들에게 투지로 작용했다.


처음에 김득구라는 인물의 동기를 살펴보면 가장 큰 동기는 성공이었던 것 같았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 성공을 위해 권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윗 층 사무실의 여직원 경미에게 자신의 복싱 스타일처럼 뚝심으로 접근해 마음을 얻는데도 성공한 후 '여자는 인생의 걸림돌'이라며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던 김득구가 '여자는 인생의 디딤돌'이라고 경구를 고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보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잘 되기 위해서라는 동기도 있고 도전의식 같은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화면에서 김득구가 꾸준히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남자라도 멋지다고 느꼈다. 그만큼 멋져보였던 것은 6개월 동안 권투선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유오성 때문인 것 같다

권투는, 엄청난 체력과 운동량을 요구한다. 실제로 인간한계에 도전한다는 마라톤보다도 더 많은 스태미나를 요구하는, 최고 레벨의 스포츠이다. 엄청난 연습량과는 별도로 체중감량을 위해 상당량의 땀을 빼고, 행여 체중이 늘까봐 물조차 맘대로 못 마시면서 몸을 만들고, 경기에 임한다


스포츠 상황에서는 커다란 힘이나 스피드, 지구력이 요구되는 운동일수록 비교적 높은 동기유발이 좋은 성적을 초래하고 날카로운 지각적 판단이나 섬세한 운동의 조절, 정확성이 요구되는 운동은 보다 낮은 동기유발의 수준으로 최대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 아마 김득구는 높은 동기유발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죽든 살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남겼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마침내 19821115. 라스베가스 특설 링에서 WBA 라이트급 세계 타이틀 매치가 열린다. 25241, 24승 중 19승을 KO로 장식한 막강한 실력의 챔피언 레이 맨시니에 맞서 김득구는 세계 타이틀 5연패의 수렁에 빠진 한국 복싱의 자존심을 걸고 도전에 나선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맨시니의 한 수 우위가 점쳐졌으나 김득구는 초반부터 거칠게 몰아 부치는 챔피언에 맞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난타전을 펼친다. 투지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걸 홍수환이 증명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그는 결코 쓰러질 수 없었다. 칠전팔기의 신화를 믿고 끝까지 투혼을 불살랐다. 맨시니의 펀치를 맞고 쓰러지는 순간, 카메라는 김득구의 모습을 뒤로 하고 라스베가스 바다를 비춘다. 그리고 다시 강원도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의 김득구의 모습이 나오고 김득구의 아들이 폐허가 된 체육관을 찾고 지금은 잊혀진 프로 복싱의 활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그의 죽음을 계기로세계 권투계는 15라운드의 프로권투를 12라운드로 줄였으며촉망받던 권투선수 맨시니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권투를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김득구의 가장 큰 동기가 성공일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고 하는 세계 타이틀 매치의 김득구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한국복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과의 싸움, 경쟁심리, 성취 , 성공,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투지 같은 것들이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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