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감상 - 스티프

독서 감상 - 스티프

 


처음 스티프란 책을 보았을 때 어려운 내용의 책일 거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서 사놓고도 한동안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사후경직상태의 시체라는 으스스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표지에 있는 두 발은 으스스한 느낌을 더해준다. 12부분으로 나누어져있는데 마치 신문기사나 잡지의 현장르포 기사 등을 책으로 묶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이라는 부제 때문에 막연히 죽음을 준비하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은 말 그대로 죽음 이후의 이미 내 것이 아닌, 한 때 나였던 육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메리 로취는 상당한 호기심의 소유자이며 껄끄러운 주제를 덤덤하게, 아니 오히려 유쾌하게 약간의 농담까지 섞어가며 풀어나가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읽는 과정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먼저 초반에 눈에 띄었던 부분은 가장 처음 부분인 성형외과의사들의 연습용으로 쓰이는 시체가 있다는 점이었다. 성형시술의 연습을 하기 위해 시체를 쓰고 있었다니 나에게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평소 시체의 용도(?)를 생각 하면 내장기관이나 근육, 핏줄 등등 몸속의 부분을 알기 위해 해부의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형시술의 연습은 매우 놀라웠다.


역시 예상대로 시체해부는 옛날에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던 일이었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인체해부학만큼 오욕과 비우호적 인식에 뿌리를 둔 학문은 거의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형수들을 해부했다고 하는데 생각해봐도 자기 시체를 해부에 사용되길 원하는 사람들은 없었을 것 같다. 처형된 죄수를 해부에 이용하는 전통은 오래도록 지속되다가 18~19세기 영국에서 본격적인 단계에 올랐다. 그 무렵 해부학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사체수는 부족했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자신의 시체를 과학에 기증하지 않았다. 대다수가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부활을 문자 그대로 무덤에서 육체가 부활하는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해부되면 부활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이런 생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신체를 해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6세기부터 1836년 해부법이 통과될 때까지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해부할 수 있는 사체는 처형된 살인자들의 시체뿐이었다고 한다.

시체를 구하기가 어려워 죽은 빈민들 가운데 찾아가는 사람이 없는 시체를 해부에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친척을 파내 연구하기도 했었다고 하니 해부학은 정말 험난한 길을 걸어온 것 같다.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사체가 부족한 까닭에 시체를 파내려는 해부학자들이 시체를 파내지 못하게 하려는 일반 대중들에 맞서 숨바꼭질을 벌이는 세태가 한 세기 동안이나 이어졌다고 한다. 심지어는 사체를 팔고 얻을 수 있는 돈 때문에 살인사건도 일어났었다고 한다. 살인자인 버크의 시체는 해부되었다고 한다. 버크의 피부로 만든 지갑 몇 개와 함께 만들어진 골격은 오늘날까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죽은 자를 토막 내지 않은 사람은 산 사람을 토막 낼 수 밖에 없다"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자신은 죽을 때 자기 시신을 지키려고 3중관을 주문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해부학자 이야기도 있었다.

 

 

 


경찰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의 사망시간을 상당히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부분의 내용 즉 사체에서 발견되는 파리 유충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등과 부패단계에 의존하여 답을 찾는다는 것에서 저절로 상상이 되어 속이 좋지 않았다. 이 같은 것을 알아내기 위해 테네시 대학교의 인류학 연구소라는 연구소에서는 날씨, 시체의 매장여부, 또 무엇에 매장돼 있었는지 등과 같은 인자의 효과를 좀 더 잘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사체를 땅속에 묻기도 하고 콘크리트 상자, 자동차 트렁크, 인공연못 등에 넣기도 하고 비닐봉지에 쌓기도 한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가장 이해가 안하는 부분이었던 7장 거룩한 사체에서는 종교의 이유 때문에 십자가 실험을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성인으로 추대될 자격이 있는 사체가 있다면 십자가에 메달린 스폴딩 그레이는 아닐 것이다. 날마다 우리병원에 오고가는, 심장이 뛰는 뇌사상태로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 바로 이런 친구들이 그 후보일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뇌사상태로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미국에서는 뇌사를 죽음으로 정의 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 이식을 받은 후 특이한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은 심리적인 후유증이 생겼다는 내용도 신기했다.


언젠가 어느 한 실험얘기를 본 적이 있었다. 사람이 목이 잘린 뒤에도 몇 초동안은 의식이 있다는 내용의 실험얘기였는데 대충 사형수에게 목이 잘린 뒤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면 눈을 깜빡이라는 얘기였다.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눈을 깜빡였다고 한다. 나에게는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인 9-머리만 하나 있으면 돼 부분에서 이와 흡사한 내용이 나와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보리외라는 이름의 프랑스 의사가 실험한 것인데 그는 파리의 공개처형장을 실험실 삼아, 랑귀라는 죄수의 목에 기요틴의 날이 떨어진 후 그의 머리를 대상으로 몇 가지 간단한 관찰과 실험을 했다고 한다


기요틴 형을 당한 사람의 눈꺼풀과 입술이 5~6초동안 불규칙적으로 수축을 반복하다가 멈추었다. 얼굴에서 긴장이 풀리고 눈꺼풀이 눈알을 반쯤 가렸는데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죽어가는 사람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 순간 나는 강하고 예리한 목소리로 랑귀!” 하고 불렀다. 그러자 눈꺼풀이 천천히, 아무런 경련성 근육수축도 없이 위로 들려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무언가에 의해 잠이나 상념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이어 랑귀의 눈은 아주 분명하게 내 눈을 쳐다보았고, 동공도 초점이 맞아 있었다. 그 순간 내가 마주보고 있던 눈길은 죽어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 때는 관찰할 수 있는, 아무표정 없는 흐리멍덩한 눈길이 아니었다.........두 번째로 불렀을 때도 살아 있는 눈이 내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세 번째는 반응이 없었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읽는 내내 놀라웠다. 또 머리를 이식하는 실험도 나왔다. 장례()을 위해선 사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화장, 요즈음 연구되고 있다는 조직분해(수분환원), 인간퇴비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마지막 장에는죽은 뒤 자신의 사체처리에 대해 고민해 보는 걸로 끝낸다. 마지막까지 가능하다면 자신의 사체가 윙크하는 모습이 되게 한다는 유머가 나온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하나 하나 취재해가며 알아가는 과정을 동시에 우리도 알게 하지만, 생생한 묘사는 피하고 적절한 유머가 깃들어 있다. 이런 부분이 좋았다. 또 삽화같은 것이 없는 것도 정말 다행이었다. 충돌 실험용, 해부 실습용, 탄도 실험용, 종교성을 띤 십자가 실험, 기요틴으로 참수 된 시체를 이용한 머리 이식, 의료용 식인행위, 퇴비 등의 예는 죽음 뒤의 세상을 실험실로 연상케 한다. 자르고, 베어내고, 찢고, 드러내고, 안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총을 쏘고, 장기를 적출하고, 피를 뽑고, 펌프로 대동맥에 방부액을 밀어 넣고, 심지어 간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해부 쪽의 발전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시체를 기증한 사람들이 없었어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거리를 두려 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고 또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것이니만큼, 사체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증을 한다거나 내 몸에 칼을 대는 기증은 절대 할 수 없다거나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