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방통
방통은 형주 남군 양양현 출신으로 자는 사원(士元)입니다. 그가 어렸을 때는 투박하고 둔한 모습에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의 삼촌인 방덕공 만은 방통을 중히 여겼습니다. 방통이 18살이 되었을 때 삼촌 방덕공은 친분이 있었던 사마휘를 만나게 했습니다.
사마휘는 영천 사람으로 청아하고,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사마휘는 나무 위에서 뽕잎을 따며, 방통은 나무 아래에 앉아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방통과 대화를 나눈 사마휘는 그를 남다르게 응당 남주 선비의 출중한 인물이라 칭찬했습니다. 이로 인해 방통의 이름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고 군에서 공조(군의 보좌관으로 공훈을 조사해 기록하는 직책)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상랑은 젊어서 사마휘를 스승으로 모셨으며 서원직(서서), 한덕고(한숭), 방사원(방통) 등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인물을 평가하고 육성하는 능력
방통은 사람은 견줘보는 것을 좋아하고 길러서 양성하는데 부지런했습니다. 매번 사람들에게 그 재주를 넘어 칭찬해주니 사람들은 이를 궁금하게 여겨 방통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방통 “지금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 바른 도가 쇠퇴하니 선인이 적고 악인이 많습니다. 칭술하는 말을 아름답게 하지 않으며 명성이 흠모하여 따르기에 부족할 것이고, 흠모하여 따르기에 부족하면 착한 일을 하는 자가 적을 것입니다. 열을 뽑아 다섯을 잃는다고 해도 절반을 얻는 것이고, 세상의 교화를 높이고 뜻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힘쓰게 할 수 있으니 옳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오의 장수 주유가 유비와 함께 형주를 차지하고 남군태수를 겸했습니다. 주유가 세상을 떠나자 방통은 상여를 운구해 오에 이르렀습니다. 오의 사람들은 방통의 명성을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방통이 돌아가려 할 때 오군 서쪽의 외곽문에 모였는데 육적, 고소, 전종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방통이 말했습니다.
방통 “육자(육적)은 노마(굼뜬 말)라 이를 만하니 매우 빠른 발의 힘을 지녔고, 고자(고소)는 노우(굼뜬 소)라 이를 만하니 능히 무거운 짐을 지고 멀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어떤 이가 방통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이 “그대가 보기에 육자(육적)이 가장 낫다는 것입니까?”
방통 “노마가 비록 빼어나지만 한 사람을 감당할 뿐입니다. 노우는 하루에 3백리를 가니 어찌 한 사람을 중함에 비하겠습니까”
고소가 방통의 숙소로 찾아와 대화하다가 물었습니다.
고소 “경은 사람을 알아보기로 유명한데, 저와 경을 비교하면 누가 더 낫습니까?”
방통 “세 속을 도야하고 인물을 견종(품평)하는 데는 제가 경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제왕의 비책을 논하고 의복(길흉화복 성패가 서로 인연이 되어 맞물려 도는 것)의 요체를 파악하는 데는 제가 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고소는 방통의 대답에 만족해하며 친근하게 대했습니다.
방통이 전종에게 말했습니다.
방통 “경은 베푸는 것을 좋아하고 명성을 흠모하니 여남의 번자소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비록 지력이 많지는 않지만 또한 한 시대의 뛰어난 인물입니다.”
육적, 고소 “천하가 태평해지만 응당 경과 더불어 천하의 선비들을 헤아려보고 싶습니다.”
방통은 그들과 서로 깊이 친교를 맺고 돌아갔습니다.
유비를 따르다
유비가 형주를 다스리게 되자 방통을 종사(주목을 보좌하는 관직으로 주로 문서를 담당)로 삼고 계양군 뇌양현의 현령을 맡게 했습니다. 하지만 현에 있으면서 제대로 다스리지 않아 면직되었습니다.
오의 장수 노숙이 유비에게 서신을 보냈습니다.
노숙 ‘방사원은 백리재(사방 백리를 다스릴 재주)가 아니니 치중, 별가의 임무를 맡겨야 비로소 그 뛰어난 재능을 충분히 펼칠 것입니다.’
제갈량 또한 방통은 더 높은 자리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유비에게 말했습니다.
유비는 방통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보고 그를 높게 평가하며 치중종사로 삼았습니다.
유비는 방통과 함께 연회를 열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유비 “경이 주공근(주유)의 공조였을 때 내가 오에 갔었소. 듣기로 그가 은밀히 중모(손권)에게 말해 나를 머물러 두게 할 것을 권했다던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소? 주인이 속해 있을 때는 그 주인을 위하는 법이니 경은 숨김없이 말해보시오.”
방통 “그렇습니다.”
유비 “내가 그때 위급하여 요청할 것이 있어 갈 수밖에 없었는데, 하마터면 주유의 손을 벗어나지 못할 뻔 했구려! 천하의 지모 있는 선비들은 그 소견이 대체로 같소. 그때 공명도 내가 가면 안 된다고 간언했소. 나는 중모(손권)이 방비하는 곳은 북쪽이니 내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오로 가는 것을 결심하고 의심하지 않았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만전의 계책은 아니었소.”
유비가 방통을 대하는 친밀함과 대우함은 제갈량에 버금갔고, 마침내 제갈량과 함께 군사중랑장으로 삼았습니다.
유비를 설득하다
방통은 익주에 대해 유비를 설득했습니다.
방통 “형주는 황폐해져 사람과 물자가 고갈되었고, 동쪽으로 손권이 있고 북쪽으로 조조가 있어 정족지계(=천하삼분)의 뜻을 펼치기에 곤란합니다. 지금 익주는 부유하고 백성은 강성하여 잘 갖춰져 있으니 임시로 빌려 대사를 정할만 합니다.”
유비 “지금 내게 있어 물과 불 같은 관계에 있는 자가 조조요. 조조가 급하면 나는 너그럽고, 조조가 사나우면 나는 어질고, 조조가 속이면 나는 충했으니, 매번 조조와 반대로 하여 일을 이룰 수 있었소. 지금 사소한 이유로 천하에 신의를 잃는 것은 내가 취할 바가 아니오.”
방통 “형편에 맞추어 대응할 때는 오직 한 가지 길로 평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겸약공매(약한 나라를 공격하여 합병함)는 춘추오패가 했던 일입니다. 역취순수(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로 빼앗고, 도리에 순종하여 지킴)하여 의리로 보답하고 대사를 이룬 뒤 대국에 봉해 준다면 어찌 신의에 위배되겠습니까? 우리가 취하지 않으면 끝내 남을 이롭게 할 뿐입니다.”
유비는 방통의 말을 듣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제갈량은 남아서 형주를 지키고, 방통은 유비와 함께 촉으로 들어갔습니다.
유비는 광한군 부현에서 익주목 유장과 만났습니다. 방통이 유비에게 계책을 말했습니다.
방통 “지금 이 모임을 틈타 유장을 붙잡는다면 용병의 수고로움 없이 앉아서 익주를 평정할 수 있습니다.”
유비 “이제 막 다른 나라로 들어와 은혜와 신의를 드러내지 못했는데 그렇게 할 수 없소,”
상중하책
유장이 성도로 돌아간 후 유비가 유장을 위해 한중의 장로를 정벌하려 했습니다.
방통 “은밀하게 정병을 뽑아 밤낮으로 달려 성도를 습격하십시오. 유장은 불무한데다 평소 대비가 없어 대군이 도착하면 일거에 평정할 수 있으니 이것이 상계(상책)입니다.
양회, 고패는 유장의 명장으로 각각 강병들을 거느리고 관문을 점거해 지키고 있습니다. 그들이 여러 차례 유장에게 상주를 올려 장군(유비)을 형주로 돌려보내라고 간언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형주에 위급한 일이 있어 되돌아가 이를 구원해야 한다고 하며, 행장을 꾸려 되돌아가는 것처럼 하십시오. 두 사람은 장군의 영명에 감복하고 있었던 데다, 장군이 떠나는 것에 기뻐하여 필시 가벼운 차림으로 만나러 올 것입니다. 그 틈에 그들을 붙잡고 진격하여 그들의 군사를 차지하고 성도로 향하십시오. 이것이 중계(중책)입니다.
백제로 물러나 형주와 연결하고 서서히 돌아와 도모하는 것이 하계(하책)입니다. 만약 망설이며 거행하지 못한다면 오래 지나지 않아 큰 곤란을 겪을 것입니다.“
유비는 방통의 상, 중, 하책 중 중책을 선택했습니다. 거짓으로 형주로 돌아가는 척 하여 양회, 고패를 참수하고 군사를 돌려 성도로 향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승리한 유비는 부성에서 큰 연회를 열어 술을 차리고 음악을 연주하게 했습니다.
유비 “오늘 모임이 가히 즐겁구려.”
방통 “남의 나라를 치고 즐거워하는 것은 어진 이의 군대가 아닙니다.”
유비가 술해 취해 노하며 말했습니다.
유비 “무왕이 주를 치며 그 앞뒤로 노래 부르고 춤췄는데 그도 어진 이가 아니었단 말이오? 경의 말이 맞지 않소. 속히 일어나 나가시오!”
방통이 머뭇거리며 물러났습니다.
유비는 곧 후회하며 방통에게 되돌아오도록 청했습니다. 방통은 다시 자리에 돌아와 사죄하는 말없이 태연자약하게 먹고 마셨습니다.
유비 “조금 전의 논의에서 누가 잘못한 것이오?”
방통 “군신(임금과 신하)이 함께 잘못했습니다.”
유비는 크게 웃으며 연회를 즐겼습니다.
죽음
유비군은 진격하여 유순, 유괴, 장임이 방어하고 있는 광한군 낙현을 포위했습니다. 방통은 군사를 이끌고 성을 공격하다가 날아온 화살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유비는 몹시 애석하게 여겨 말할 때 눈물을 흘렸습니다. 방통에게 관내후의 작위를 추증하고 이후 시호를 내려 정후라 했습니다.
장존
장존은 평소 방통과 의견이 달랐습니다. 방통이 화살에 맞아 세상을 떠났을 때 유비가 방통은 찬탄하는 말을 하자 장존이 말했습니다.
장존 “방통은 비록 충성을 다하여 아까운 인물이지만, 위대하고 아정한 도의를 어겼습니다.”
유비 “방통은 살신성인을 이룬 사람입니다. 다시는 그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유비는 장존의 관직을 면직시켰습니다.
가족
방통의 숙부(작은 아버지)는 방덕공이었습니다.
방덕공의 아들 방산민(방통의 족제)은 명성이 있었고 제갈량의 작은 누나와 결혼했습니다.
방통의 아버지는 의랑이 되었다가 간의대부로 승진했습니다. 제갈량이 친히 임명했습니다.
방통의 아들 방굉은 자가 거사(巨師)였고, 강직하고 대범하여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었습니다. 상서령 진지를 경멸하여 진지에게 억눌림을 받았고 부릉태수로 있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방통의 동생 방림은 형주 치중종사로 진북장군 황권에게 참여해 오를 정벌했는데, 군이 패배하자 황권을 따라 위나라로 들어갔습니다. 위나라에서 열후에 봉했고 관직이 거록태수에 이르렀습니다.
유비와 사마휘
유비가 사마휘에게 세상일에 관해 물었습니다.
사마휘 “저 같은 유생 속사가 어찌 시무를 알겠습니까? 시무를 아는 자는 준걸 중에 있으며 이런 준걸에는 복룡과 봉추가 있습니다.”
유비는 그들이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사마휘 “제갈공명과 방사원입니다.”
진수의 평
방통은 평소 인류(사람을 견주어 보는 것)와 경학(경서를 연구하는 학문), 사모(모책을 생각함)를 좋아하니 형, 초 땅에서 그를 고준이라 일컬었다. 법정은 일의 성패를 판단하는데 뛰어나고 기이한 꾀, 책산(계책, 계산)을 지녔으나 평소 덕이 있다고 칭송되지는 못했다. 위나라의 신하에 견주자면 방통은 순욱과 막상막하, 법정은 정욱, 곽가와 견줄만 하다.
삼국지연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방통은 제갈량, 서서와 친구 사이로, 외모가 추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사마휘는 ‘복룡과 봉추 중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적벽대전에서 강동에 피신해 있다가 장간과 함께 위나라로 넘어가 조조를 돕는 척 합니다. 수군에 익숙하지 않은 조조에게 배들을 쇠사슬로 연결하라고 진언합니다. 조조는 기뻐했지만 이는 화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환계였습니다. 이를 알아낸 서서에게는 한수 마등에 대한 방비를 핑계로 빠져나오라고 조언합니다.
방통은 주유의 장례식 때 제갈량을 만나 유비를 섬긴다는 약속을 하고 추천장을 받습니다. 노숙은 방통의 공을 언급하며 손권에게 그를 등용하도록 권합니다. 손권은 방통을 만나 “주유와 비교해 그대의 능력이 어떻다고 생각하는가?”라며 묻습니다. 방통은 거만하게 대답하고 손권은 추한 외모와 태도에 질려 그를 내칩니다. 노숙은 방통에게 가서 사과하며 그가 처음부터 손권을 따를 마음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방통이 조조에게 가볼까 한다는 거짓말을 하자 노숙은 유비를 섬기라고 권유하며 추천장을 줍니다.
방통은 제갈량과 노숙의 추천장이 있었지만 꺼내지 않고 유비와 만납니다. 방통은 추한 외모로 중용받지 못하고 뇌양현령으로 임명받습니다. 방통은 부임해서 100여일이 지나도록 사무를 처리하지 않았고 장비와 손건이 순시하러 왔는데도 숙취로 만나지 않습니다. 장비가 노하여 벌을 주려고 하자 반나절 만에 모든 공무를 해결합니다. 유비는 그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깨닫고 부군사중랑장으로 임명합니다.
방통은 유비의 입촉을 돕습니다. 유비가 유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방통, 장송, 법정은 유장을 암살하라고 권하지만 유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양희와 고패를 참하고 부수관을 점령합니다. 유비군이 낙성으로 향할 때 제갈량이 마량을 통해 천문의 징조가 좋지 않다며 조심하라고 전하지만 방통은 제갈량과 경쟁하는 마음 때문에 무시합니다. 결국 낙봉파에서 화살을 맞고 세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