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장제
장제(장수의 삼촌 장제가 아닌 위나라의 관료 장제)는 초국 평아현 출신으로 자는 자통(子通)입니다.
장제는 벼슬길에 올라 군의 계리, 주의 별가가 되었습니다.
손권을 속이다
208년 손권은 적벽에서 승리하고 강릉을 점령하며 기세를 올려 12월에 합비를 포위했습니다. 위나라의 주력 부대는 형주를 공격하고 있었는데 역병이 유행하여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손권은 맹공을 퍼부었지만 합비를 함락시키지 못했습니다. 합비성의 사람들은 비가 내려 성이 붕괴되려고 하자 거적으로 성벽을 덮고, 밤에는 물고기 기름으로 불을 밝히며 저항했습니다.
조조는 원군으로 장희가 이끄는 기병 천 명을 보냈습니다. 장제는 계책을 내어 장희가 이끄는 보병과 기병 4만 명이 거의 도착했다는 소식의 편지를 사자 세 명 보냈습니다. 사자를 붙잡은 손권은 편지의 내용을 믿고 진영을 불태우며 퇴각했습니다.
조조에게 조언하다
209년 조조는 손권의 공격에 대비해 회남의 백성들을 이주시킬 생각으로 장제에게 물었습니다.
조조 “옛날 내가 원본초(원소)와 대치하고 있을 때 연, 백마의 백성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는데 백성들은 도주하지 않고 적들도 침략하지 않았소. 회남의 백성들을 이주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소?”
장제 “그때 조정의 병사들은 약하고 적들은 강했기 때문에 그곳의 백성들을 이주시키지 않았다면 그들을 잃게 되었을 것입니다. 원소를 격파하고 북으로 유성을 제압하고 남으로 장강과 한수를 향하고 형주가 항복한 이후 천하에 위세를 떨치자 백성들은 다른 나라로 가려는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백성들은 옛 땅에 연연해 하지만 실제로 이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주하는 것을 불안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조는 장제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백성들의 이주를 실행했고,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불안해하며 손권에게 도망쳤습니다. 이후 장제가 사자로 업현에 갔을 때 조조가 말했습니다.
조조 “적을 피하도록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들을 찾아갈 줄이야.”
조조는 장제를 단양태수로 승진시켰습니다.
조조의 신뢰
장제가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소식에 장제가 체포되는 일이 있었는데, 조조가 우금, 봉인 등에게 말했습니다.
조조 “장제가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소. 그가 이런 일을 했다면 내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오. 이것은 혼란을 좋아하는 어리석은 백성이 그를 모함한 것이오.”
조조는 담당 관리에게 장제를 풀어주라고 명했고, 장제를 승상주부서조속으로 임명했습니다.
조조에게 조언하다2
219년 관우가 우금과 방덕을 격파하면서, 우금은 항복하고 방덕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관우는 번성과 양양을 포위했습니다. 조조는 관우를 우려하며 천도(도읍을 옮김)까지 생각했습니다. 장제가 사마의와 함께 말했습니다.
장제 “우금 등은 물난리에 피해를 입어 패배한 것으로 국가의 계획에 손해될 것이 많지 않습니다. 유비와 손권은 겉으로는 가까운 사이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소원한 면이 있습니다. 관우가 생각한 바를 얻는 것을 손권이 좋아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손권에게 장강 이남지역을 분할하여 주면서 뒤를 치도록 권하면 포위는 저절로 풀릴 것입니다.”
조조는 장제와 사마의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손권은 공안과 강릉을 공격했고 관우는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조비
220년 조조가 세상을 떠나고 조비가 뒤를 이었습니다. 장제는 상국장사로 전임되었습니다.
조비가 제위에 오른 후 장제에게 동중낭장이 되도록 했는데 장제는 수도에 남기를 청했습니다. 조비는 조서를 내려 말했습니다.
조비의 조서
'고조는 노래를 만들어 ‘어떻게 용맹한 무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까?’라고 했다. 천하는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므로 현명한 신하들은 변방지역을 지켜야만 된다. 만일 어떤 일도 없다면 패옥을 울리며 돌아와도 늦다고는 할 수 없다.'
장제가 만기록은 올리자 조비는 기뻐하며 그를 산기상시에 임명했습니다.
그당시 정남장군 하후상에게 조서가 내려졌습니다.
조비의 조서
‘그대는 나의 심복이며 긴요한 장수로 특별한 임부를 받았다. 아래 신하들에게 형벌을 행하고 은혜를 베풀어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살리도록 하라.’
하후상은 장제에게 조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장제가 수도에 도착하자 조비가 물었습니다.
조비 “그대가 듣고 온 천하의 풍속과 교화는 어떻소?”
장제 “신은 어떤 것이 선정인지는 보지 못했고, 단지 망국의 소리만을 들어 보았을 뿐입니다.”
조비는 안색을 바꾸며 이유를 물었습니다.
장제 “무릇 ‘위엄을 행하고 은혜를 편다’는 것은 상서에 보이는 교훈적인 말입니다. ‘천자에게는 농담의 말이 없다’라는 것은 옛 사람들이 신중히 했던 것으로 오직 폐하만이 이것을 살펴야 합니다.”
조비는 장제의 말을 듣고 하후상에게 보냈던 조서를 다시 돌려받았습니다.
조인
221년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위해 오나라를 공격했습니다. 222년 유비와 손권이 싸우느라 오나라에서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조인을 보내 강릉을 공격하게 했고 장제도 함께 했습니다. 오나라의 장수 주환은 일부러 중주의 방어를 허술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며 조인을 유인했습니다. 조인이 중주를 공격하려고 하자 장제가 말했습니다.
장제 “적들은 서쪽 해안을 점거하고 배를 상류에 진열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사들이 주중에 들어가는 것은 스스로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조인은 장제의 말을 따르지 않고 중주를 공격했다가 주환에게 패배하고 퇴각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인이 세상을 떠나고 조비는 장제를 동중랑장으로 임명하여 조인의 병사를 이끌게 했습니다.
얼마 후 장제는 다시 상서로 임명되어 수도로 돌아갔고 조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관내후의 작위를 받았습니다.
조휴
228년 오나라에서는 주방을 거짓으로 항복하게 하고 조휴를 유인하려고 했습니다. 장제와 만총은 조휴가 적지로 깊이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결국 조휴는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장제는 중호군으로 승진했습니다. 당시 중서감 유방과 중서령 손자가 전권을 위임받은 상태였는데 장제는 대신의 권위가 지나치게 무거우면 나라가 위험하다는 내용의 상소를 올렸습니다. 조예는 장제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그들 호군장군, 산기상시로 삼았습니다.
공손연
232년 요동을 차지하고 있던 공손연은 위나라에서 요동 태수로 임명되었지만 바다를 통해 오나라에 사자를 보내 외교관계를 맺으려고 했습니다. 유쥬자사 왕웅은 공손연을 공격하게 해달라고 청했고 장제가 말했습니다.
장제 “무릇 서로 병탄한 나라거나, 침략하여 반란을 일으킨 신하가 아니라면 가볍게 토벌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토벌하다가 제압하지 못하면 그들을 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호랑이나 이리가 길을 막고 있으면 어우나 살쾡이를 잡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먼저 큰 해가 되는 것을 없애면 작은 해가 되는 것은 스스로 사라집니다.
그들을 바로 토벌하여 백성들을 얻는다고 해도 큰 이익이 되지 않고, 재물을 얻는다고 해도 큰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원한을 맺게 되고 신뢰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조예는 왕웅에게 요동을 공격하게 했고, 결국 위나라의 군대는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하고 철수했습니다.
조예
237년 밖으로는 정벌과 노역이 이어지고, 안으로는 궁전을 건축하는데 힘을 쏟았기 때문에 백성들이 원성이 높아졌습니다. 장제는 조예에게 충고하는 내용의 상소를 올렸고 조예가 답했습니다.
조예의 조서
‘호군이 없었다는 나는 이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공손연
238년 공손연은 연나라를 세웠고 조예는 사마의를 보내 공손연을 토벌하게 했습니다. 조예는 장제에게 물었습니다.
조예 “손권이 과연 요동을 구하러 나설 것인가?”
장제 “그는 움직여봤자 별로 이득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겉으로 손권이 요동을 구할 것이라는 말이 떠도는 것은 우리에게 의심을 품게 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이 소문으로 나중에 공손연에게 생색을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 대군이 서로 대치를 하는 일이 생기면 손권이 얕은 수작을 부려 가볍게 무장한 군사들로 기습을 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조예가 세상을 떠나고 조방이 뒤를 이었습니다. 장제는 영군장군에 임명되고 창릉정후에 봉해졌습니다.
242년 만총이 세상을 떠나고 장제가 태위가 되었습니다.
조상이 정권을 잡고 정밀, 등양 등이 경솔하게 법도를 고치자 장제는 이는 옳지 않은 것이라는 내용의 상소를 올렸습니다.
249년 사마의가 조상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켜 낙양을 장악했습니다. 조상의 부하인 환범은 조상에게 가기 위해 낙양성을 빠져나갔습니다. 장제는 사마의에게 환범이 조상에게 대우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조상은 환범의 조언을 듣지 않다가 사마의에게 항복했습니다.
조상
장제는 조상에게 편지를 보내 사마의가 조상을 면직시키려 할 뿐이라며 낙양으로 오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사마의는 조상을 죽였고 장제는 자신의 말이 신의를 잃었다며 괴로워했습니다. 사마의는 조상을 제압한 공으로 장제를 도향후에 봉했습니다. 장제가 간곡하게 사양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죽음
249년 4월 19일 장제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시호는 경후라고 했고, 그의 아들 장수가 뒤를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