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최염
최염은 청하군 동무성현 출신으로 자는 계규(季珪)입니다.
정현
최염은 어린 시절 검술을 익히고 무예에 심취했고, 23세에 정졸에 임명되었습니다. 이후 학문에 힘을 쓰기 시작하여 <논어>와 <한시>를 읽었고, 29세에 공손방 등과 함께 정현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정현의 문하가 된지 1년도 되지 않았을 때 서주의 황건적이 북해를 공격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정현은 문인들과 함께 불기산으로 피했고, 넉넉하지 않은 불기현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하의 제자들을 집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최염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도적들이 많았습니다. 최염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청주, 서주, 연주, 예주 등을 4년에 걸쳐 돌아다녔습니다. 멀리 수춘까지 내려가 장강과 대호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4년 만에 집으로 돌아간 최염은 비파를 뜯고, 책을 읽는 등 음악과 독서를 즐겼습니다.
원소
대장군 원소는 최염의 명성을 듣고 그를 초빙했고, 최염은 원소의 가신이 되었습니다. 당시 원소의 사졸들이 교만하고 난폭하여 무덤을 파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최염이 원소에게 말했습니다.
최염 “순자가 말하기를 ‘병사들이 평상시 가르침을 받지 않고, 무기를 날카롭게 하지 않는다면 성왕이라 할지라도 승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 길에는 시체를 거두어주는 사람이 없어 유골이 드러나 있고, 백성들은 은덕을 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현에 명을 내려 유골을 묻게 하여 인자한 마음을 나타내십시오.”
원소는 최염을 기도위로 임명했습니다. 200년 원소가 여양에서 병사들을 훈련시켜 연진에 주둔시키며 조조와의 싸움을 준비하자 최염이 이를 반대했습니다.
최염 “천자께서는 허창에 있고, 백성들은 천자를 돕고 순종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조조와 싸우는 것은 변방지역을 지키며 구현을 안정시키는 것만 못합니다.”
하지만 원소는 최염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관도에서 조조에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202년 원소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후계자 문제가 확실하지 않아 원담과 원상은 서로 세력을 다투었습니다. 원담과 원상은 모두 최염을 초빙하고 싶어 했는데 최염은 병을 핑계로 거절했습니다. 최염이 초빙에 응하지 않자 원상은 최염을 감옥에 가두었는데, 음기와 진림이 최염을 변호해 풀려났습니다.
조조
조조는 업을 함락시키고 기주목에 오른 후 최염을 초빙해 별가종사에 임명했습니다.
조조가 기주의 호적을 살펴보고 말했습니다.
조조 “호적을 살펴보니 넉넉하게 30만의 병사를 모을 수 있겠소. 과연 기주가 대주(넓은 육지)로구나!”
최염 “천하는 나뉘고 구주는 갈기갈기 찢겨졌고, 원씨 두 형제는 다투고 있고 기주의 백성들은 전란에 지쳐 있습니다. 먼저 백성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도탄에 빠진 이들을 구해야 하는데 어찌 병사의 수부터 조사하십니까?”
최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빈객들은 모두 사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조는 자신의 말에 대해 사과하며 최염에게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조비에게 충고
조조가 병주를 토벌할 때 최염은 업성에 남아 조비를 보좌했습니다. 조비는 옷과 수레를 수렵용으로 바꾸며 사냥을 즐겼습니다. 최염은 놀이와 사냥에 빠진 조비를 원소의 자식들에 비유하며 충고했습니다.
조조는 최염의 청렴함과 강직함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조조가 승상에 오른 후 최염은 동조와 서조의 속관을 거쳐 징사가 되었습니다.
조조가 위왕에 오르자 최염은 상서에 임명되었고 모개와 함께 인사에서 훌륭한 수완을 보였습니다.
후계자 문제
조조는 후계자 문제로 고민했습니다. 조비는 장남이었고, 조식은 재능이 있어 조조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조조는 신료들에게 봉함된 문서로 은밀하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최염은 봉하지 않은 서면으로 답했습니다.
최염 ‘춘추의 뜻에 의하면 세자를 세울 때에는 장남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비는 총명하고 애정이 깊고 효를 다하니 대통을 이어야합니다. 저 최염은 죽음을 각오하고 이것을 지키겠습니다.’
조식이 최염의 형의 사위였는데도 불구하고 조비를 추천하는 공명한 모습에 감탄한 조조는 최염을 중위로 승진시켰습니다.
죽음
조조가 위왕에 올랐을 때 예전에 최염이 추천했던 양훈이 조조에게 칭송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최염은 양훈에게서 글의 초고를 받아보고 의론하는 자들이 서로의 허물이나 잘못을 꾸짖고 나무라는 것만 좋아할 뿐 객관적으로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을 풍자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누군가 최염의 편지가 시대를 무시하고 조조를 원망하며 비방한 것이라고 참언(거짓으로 꾸며서 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고하여 바침)했습니다. 조조는 화가 나서 최염을 역소에서 잡일하는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조조가 사람을 보내 최염을 살피도록 했는데, 최염은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를 보고 더욱 화가 난 조조는 최염에게 자결을 명했습니다. 최염은 결국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평가
노국의 공융, 남양의 허유와 누규는 모두 옛날의 관계에 의지하여 불손한 태도를 보이다가 처형되었다. 하지만 최염은 세인들에게 가장 비통하고 애석한 죽음을 당했고, 억울하게 죄를 받았다고 느껴진다. <삼국지의 저자 진수>
외모
최염은 음성과 자태에 기품이 있었고 눈썹은 시원스럽게 퍼져 있었다. 두 눈이 맑았고 수염의 길이가 넉 자나 되어 위엄이 있었다. 조정의 대신들은 그를 존중했고, 조조도 그를 존중했다.
최염은 막고 충직했으며 높고 명석했다. 원대한 포부와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반듯하고 공정하게 처신했다. 조정에서는 항상 바른 말을 했다. 인재를 평가하는 일을 맡아 공평하고 깨끗하게 일을 처리했다.
삼국지연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최염은 조조에게 초빙되었을 때 백성을 먼저 생각하라며 충고합니다.
조조가 승상에 오르자 승상부에 들어갔고, 조조가 위공에 오르자 상서에 임명되었습니다.
조조가 위왕에 오르려고 하자 최염은 이를 반대했고, 화가 난 조조에게 몽둥이 찜질로 처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