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하진 ( ? ~ 189년)
하진은 형주 남양군 완현 사람으로 자는 수고(遂高)입니다. 이복여동생이 후궁으로 뽑히면서 백정 집안의 아들이었던 하진은 낭중에 임명되었습니다. 이후 하진은 호분중랑장을 거쳐 영천태수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180년 이복여동생이 황후의 자리에 오르자 하진은 시중, 하남윤에 임명되었습니다.
황건적의 난
184년 장각을 중심으로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자 후한의 황제 영제는 하진을 대장군으로 임명하고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게 했습니다.
태평도의 대방 마원의는 낙양에서 환관 봉서와 서봉을 뇌물로 꾀어내며 봉기할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장각의 제자 당주가 배신하면서 대장군 하진에게 봉기를 모의한 사실을 알리면서 하진은 마원의, 봉서 등을 처형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고 그 공을 인정받아 신후에 봉해졌습니다.
건석과의 대립
환관인 중상시 건석은 영제의 총애를 받아 서원팔교위(당시 중앙군이었지만 사실상 환관의 친위대)의 수장으로 삼았고 하진은 대장군이었지만 건석의 밑에 속했습니다. 하진의 권력은 점점 커져갔고 청류파 인사들을 중용했습니다. 건석의 권력은 대단했지만 하진을 꺼려하는 마음이 있었고 서로 견제를 하게 됩니다.
하진의 이복여동생 하황후는 황자 유변을 낳았고 왕미인(왕영)은 황자 유협을 낳았습니다. 신하들은 태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청했고 영제는 유변이 황제가 되기에 모자란 인물이라고 여겼지만 하황후를 총애하고 하진의 권력이 컸기 때문에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영제가 병으로 위독해지면서 유협은 건석에게 맡겨졌습니다. 영제가 죽자 건석은 영제가 유언으로 유협을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하며 유협을 황제로 세우려고 했습니다. 이에 방해가 되는 하진을 처리하기 위해 궁 안으로 불러들여 죽일 음모를 꾸몄습니다.
권력을 잡다.
하진이 궁 안으로 들어오자 하진과 친분이 있었던 사마 반은이 건석의 음모를 하진에게 알려주었습니다. 하진은 자기 진영으로 달아나 병이 있다는 핑계로 궁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건석의 음모는 실패로 돌아가고 189년 하태후의 아들 유변이 황제로 즉위했습니다. 하진은 녹상서사를 겸임하며 정권을 잡았고 하황후는 하태후가 되어 수렴청정(나이 어른 왕 대신 정치를 하는 것)을 했습니다.
하진은 환관들의 부정부패를 알고 있었고 건석이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것 때문에 권력을 잡게 되자 환관들을 견제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원소는 환관 세력들을 주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하진과 친한 문객 장진을 시켜 접근했고 하진은 원소와 원소 주위에 있는 유능한 선비들을 중용했습니다.
건석의 죽음
건석은 환관들에게 편지를 보내 다시 한 번 하진을 주살하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하지만 중상시 곽승은 하진과 같은 고향 사람으로 하태후와 하진이 궁에 들어와 성공하는데 도움을 준 인물이었기 때문에 하진과 친밀한 관계에 있었습니다. 곽승은 조충 등과 함께 의논해 건석의 계책을 따르지 않기로 하고 건석이 보낸 편지를 하진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하진은 건석을 잡아들여 처형했고 건석이 지휘하던 중앙군을 차지했습니다.
원소와 환관들 사이에서 우유부단
원소는 하진에게 십상시를 주살하고 환관들을 축출해야 한다고 진언했습니다. 하진은 원소의 말을 받아들이고 하태후와 의논했습니다. 하지만 하태후는 옛날부터 환관이 궁중을 관리했으며 이는 한나라에서도 오래된 일이고 영제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사인들과 함께 일을 처리 할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하진은 하태후의 말을 거스르기 어려웠기 때문에 죄가 극심하고 제멋대로인 환관들만을 주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원소는 환관들을 모두 뒤엎지 않으면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태후의 어머니 무양군과 하태후의 오빠 하묘는 여러 환관들에게 뇌물을 받고 하태후에게 환관들을 감싸주라는 말과 함께 하진이 권력을 위해 환관들을 해치려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하태후는 점차 하진을 의심하게 됩니다.
하진은 환관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궁 안팎으로 관계가 견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새로 권력은 잡으면서 환관들의 도움을 받아 출세한 것도 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원소는 여러 군웅들을 불러들여 수도로 진군하게 하여 하태후와 환관들을 협박하려고 했습니다. 주부 진림은 이는 오히려 화만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하진은 원소의 계획을 받아들였고 동탁, 왕광, 교모, 정원 등을 불러들여 수도를 압박했습니다. 모두 겁에 질려 환관들을 주살하자고 했지만 하태후만 반대했습니다.
하태후의 오빠 하묘는 하진에게 환관들과 화해를 하라고 설득했고 하진은 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렸습니다. 원소는 하진이 마음을 바꾸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려워했고 이미 계책이 이루어졌는데 지체하면 변고가 생길 것이라며 하진을 설득했습니다. 하진은 원소를 사례교위로 임명하고 가절을 내려 일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소는 늦장을 부리는 동탁을 재촉하고 무관들을 시켜 환관들을 감시하게 했습니다. 하태후는 중상시와 소황문들을 파면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고 하진과 친분이 있는 환관들만 남겼습니다. 환관들은 하진에게 가서 빌었고 원소는 이들을 처벌할 것을 세 번이나 말했지만 하진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소는 거짓말로 하진의 명령이라고 하며 환관들의 친족들을 잡아들여 심문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하진이 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리에 십상시 장양은 며느리(하태후의 여동생)를 통해 하태후의 환심을 샀고 하태후는 환관들을 복직시킵니다.
십상시의 난, 죽음
환관들이 복직하자 하진은 궁에 들어가 하태후에게 환관들을 죽일 것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장양 등이 사람을 시켜 그 대화를 엿들었고 환관 단규, 필람 등 수십 명을 이끌고 몰래 매복한 뒤 태후의 조서라고 속여 하진을 불러들였습니다. 결국 하진을 상방감 거목에게 베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진이 죽고 환관들은 다시 권력을 장악하려 했지만 하진의 부장 오광과 장장, 원술 등이 궁을 공격하고 원소 등이 공격하면서 모두 죽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태후의 오빠 하묘는 하진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아 죽고 이후 기회를 잡은 동탁이 권력을 잡게 됩니다.
하태후와 하진의 어머니가 다른 동생이었고 하태후의 오빠이자 하진의 동생 하묘는 하태후의 어머니가 하진의 아버지와 재혼하기 전에 주씨와 얻은 아들로 하진과 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