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화흠 (157년~231년)
화흠은 청주 평원군 고당현 사람으로 자는 자어(子魚)입니다. 화흠의 고향인 고당은 제(齊) 지역의 이름난 도시로 번화가였기 때문에 관리들이 저자나 마을에 놀러 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화흠은 관리가 되어서도 놀러 다니지 않았고 논의에 대해 공평함을 유지했고 남을 해하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위략>에 따르면 화흠은 북해군 출신의 병원, 관녕과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 친하게 지냈고 사람들은 그들을 일룡(一龍)이라고 불르며 화흠을 용의 머리, 병원을 용의 배, 관녕을 용의 꼬리로 여겼습니다.
같은 군 출신의 도구홍은 화흠과 같이 이름이 알려졌는데 도구홍은 자신이 화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제(유굉)가 황제로 있을 때 나라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기주자사 왕분은 화흠과 도구홍을 불러 황제를 폐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도구홍은 이 계획에 동참하려고 했는데 화흠은 왕분이 성품이 좋지 않고 세력도 없으니 성공 가능성이 낮고, 실패하면 그 화가 일족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며 도구홍을 말렸습니다. 도구홍은 화흠의 말을 듣고 계획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왕분의 계획은 실패했고 도구홍은 화흠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화흠은 효렴으로 천거되어 낭중이 되었지만 병으로 사직했습니다.
하진
189년 영제가 죽고 대장군 하진이 권력을 잡았을 때 하진은 정태, 순유, 화흠 등을 불러들였고 화흠은 상서령에 임명되었습니다. 십상시의 난으로 하진이 죽고 기회를 잡은 동탁이 권력을 잡게 됩니다.
191년 동탁의 폭정으로 반동탁 연합군이 결성되고 동탁이 강제로 장안으로 수도를 옮기려고 하자 화흠은 수도에서 벗어나려고 하규현령이 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병에 걸려 가지 못하고 이후 남양으로 가게 됩니다.
원술
남양에는 원술이 있었는데 원술은 화흠을 받아들이고 머물 수 있게 했습니다. 화흠은 원술에게 동탁을 토벌할 것을 주장했지만 원술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화흠은 원술의 곁을 떠나려고 했고 마침 천자가 파견한 태부 마일제가 관동지역을 안정시키려고 화흠을 연(속관, 보좌관)으로 삼았습니다. 화흠은 예장태수에 임명되었고 청정한 정치로 관리와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위략> 197년 양주자사 유요가 죽자 그의 신하들은 화흠을 따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화흠은 상황을 틈타 멋대로 임명하는 것은 신하의 도리가 아니라고 하며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손책
손책이 강동을 평정할 때 화흠은 손책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두건을 쓰고 손책에게 항복했습니다. 손책은 화흠의 명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빈으로 예우했습니다.
손권, 조조
200년 손책이 죽고 그의 동생 손권이 뒤를 이었습니다. 조조는 천자에게 표를 올려 화흠을 불러들였습니다. 손권은 화흠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화흠은 “장군(손권)은 조공(조조)와 우호관계를 맺고 있지만 의리는 굳건하지 않습니다. 제가 장군(손권)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를 남겨두는 것은 장군에게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라며 손권을 설득했습니다. 손권은 화흠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화흠을 보내주었습니다.
화흠이 떠날 준비를 할 때 그를 배웅하는 사람들이 천여 명이나 되었고 선물도 많이 받았습니다. 화흠은 선물을 모두 받았지만 몰래 주인을 표시해 놓고 떠날 때가 되자 마음만 받겠다며 모두 돌려주었고 사람들은 화흠의 품행에 감탄했습니다.
화흠은 조조에게 가서 의랑에 임명되었고 사공의 군사일에 참여했습니다. 조정에 들어가 상서가 되었다가 시중으로 옮기고 순욱을 대신하여 상서령에 임명되었습니다. 조조가 손권을 공격할 때 군사로 삼기도 했습니다.
복황후
214년 복황후가 그의 아버지 복완과 주고받은 편지가 발각되어 조조는 황제를 핍박해 황후를 폐위하게 하고 사서령 화흠에게 병사들을 이끌고 복황후를 잡아들이게 했습니다. 복황후는 문을 받고 벽 사이에 숨었는데 화흠이 문을 부수고 벽을 열러 황후를 끌어냈습니다.
조비
220년 조조가 죽고 그의 아들 조비가 뒤를 이었습니다. 화흠은 상국에 임명되고 안락향후에 봉해졌습니다. 조비가 제위에 오르자 사도에 임명되었습니다.
화흠은 청빈한 생활을 하며 녹봉을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나눠주었고 재물을 모으지 않았습니다. 공경의 관리들이 관청에 몰수된 노비들을 하사 받는 일이 있었는데 화흠은 이들을 해방시켜 결혼시켰고 조비는 이에 감탄하여 화흠을 칭찬했고 그의 집안 사람들에게 의복을 지어주었습니다.
황초 (220~226) 년간에 조비가 인재를 천거하라고 하자 화흠은 관녕을 천거했고 조비는 편안한 수레를 보내 그를 불러들였습니다.
조예
226년 조비가 죽고 그의 아들 조예가 뒤를 이었습니다. 화흠은 태위로 임명되었고 박평후에 봉해졌으며 식읍 500호를 늘려 1300호가 되었습니다. 이후 화흠은 병을 핑계로 자신의 지위를 관녕에게 넘겨주려고 했지만 조예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230년 조예는 조진을 보내 자오도를 통해 촉나라를 공격하게 했하며 허창으로 갔습니다. 화흠은 상소를 올려 먼저 치도(다스리는 도리나 방법)을 마음에 두고 정벌을 뒤로 미루길 바란다는 말과 나라의 기반은 백성인데 백성들이 생업을 잃어 힘들어 한다는 점 등을 들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예는 화흠의 의견에 감사의 뜻을 보이는 답장을 보냈고 가을에 큰 비가 내리자 조진에게 귀환을 명했습니다.
죽음
231년 화흠은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죽은 후 시호를 경후(敬侯)라고 했고 그의 아들 화표가 뒤를 이었습니다. 화흠의 자식은 화표, 화박, 화주, 화병이 있었습니다. 화흠의 후손들은 위, 진 왕조 시대에 활약했고 손자인 화교는 후한의 역사를 모은 <한서>를 저술했습니다.
<화교보서>의 일화
화흠은 어렸을 때부터 품행이 바르고 명성이 있었습니다. 장안의 혼란을 피해 뜻을 같이하는 정태 등의 무관들과 함께 도망칠 때 길을 가던 도중 혼자 가고 있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 남자는 그들과 함께 가기를 원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를 불쌍하게 여기며 그를 받아들이자고 했는데 화흠은 “지금은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마음을 하나로 하는 우정이 필요하오.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중도에 버릴 수도 있소.” 라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를 받아들이게 되고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그 남자가 우물에 빠지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화흠은 이미 함께 했는데 그를 버리는 것은 의리가 없는 행위라며 그를 구출한 뒤에 헤어졌고 사람들은 화흠의 인품에 감탄했습니다.
평가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화흠을 순결하고 덕성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삼국지연의
삼국지연의에서 화흠은 손책의 부하로 등장했다가 조조의 부름을 받고 조정에 들어갑니다. 연의에서는 <조만전>의 기록을 채택하여 214년 복황후 사건과 함께 화흠이 악인으로 묘사됩니다.
조조가 죽고 조비가 뒤를 잇자 왕랑, 환계, 가후, 허지, 조홍, 조휴 등과 함께 헌제에게 황제의 자리를 양보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조비가 죽고 조예가 뒤를 이었을 때 제갈량의 이간책에 걸려 사마의의 병권을 빼앗을 것을 주장하기도 합니다.